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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나(6) '하얀 손수건' 무슨달 2000.5.4(목)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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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나(6)

하얀 손수건

무슨달

2000.5.4(목) 20:12


                                         노래와 나(6)


    ‘자’의 이야기를 좀 더 해야할 것 같다. 

    나는 수 년전 수소문해서 그녀를 만났다… 졸업하고 나면 만나지 않기로 한 약속이 깨진 것이다. 이십 몇 년만에 감격적 상봉 하… 난 전날 밤 내 사랑하는 동생과 호프를 마시면서 무지 들떠 있었다. 동생은 그런 나를 보고 껄걸 웃으며 ‘참 재미있게도 사네.’ 그런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녀의 생년월일도 주소도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좀 싸이코 기질이 있는 놈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난 내가 아는 최소한의 정보를 동원해서 그녀를 찾아 나섰다. 너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녀를 수소문한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정보공개 문제가 있으니까 흐흐…


 아무튼 나는 그녀의 전화번호를 알 수 있었고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혹시… **여중 나오지 않았나요?”

“맞는데요… 누구시죠?”

“그럼  **중학교 뒷편에 살지 않으셨나요?”

“맞아요… 누구시죠?”

“하! 나 기억하실지 모르겠네…요…”

“누구신데요?”


       그리하야 나는 그녀와 약속을 했다. 그녀는 올림픽공원 근처에 살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의 직장 때문에 부산에서 살다가 얼마 전에 이사온 탓으로 강남 부근을 잘 알지 못했다. 난 내 사무실이 있던 서초동 전철역에서 그녀를 만나기로 했다. 떨리져? 흐흐. 난 무지 설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를 만났다… 약간의 어색함… 그런 감정은 몇 초 지나지 않았다. 아아… 그녀는 예전과 아주 똑같았다. 말투나 몸짓 걸음걸이 세상에 똑같았다.

“이야! 너 옛날이랑 아주 똑같다.”

“기억하겠어?”

“기억하구 말구가 어딨겠어. 오죽하면 이십몇년을 기다려 너를 만났겠어?”

우리는 근처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비싼 커피샵으로 들어갔다.

“어떻게 지냈어?”

“그건 그렇구 먼저 너 어떻게 내 전화 번호 알았어?”

“그거야. 내가 좀 요술을 부리잖아. 얍! 하니까 나오데?”

“농담하지 말구. 이야기 안하면 나도 암말도 안한다.”


 알고보니 그녀가 받은 전화는 그녀의 집도 아니었고 그녀의 어머니 집이었다. 자주 놀러가기는 하지만 자기 어머니 집에서 내 전화를 받았으니 놀란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난 그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제서야 좀 안심이 되는 눈치였다.

“엄마도 알겠네?”

“응. 당연히 알지.”

“엄마가 걱정했겠다. 웬 남정네가 이십수년만에 전화를 해와서.”

“응. 조금 그랬지. 하지만 뭐 납치야 될라구. 그런 생각으로 나왔지. 호호. 티비는 사랑을 싣고 주인공 된 거 같애. 호호호”

“참 넌 복도 많다. 이십 수년만에 이렇게 찾아주는 친구두 있구. 넌 나같은 친구가 있다는 걸 복으로 알아야 해.”

“그런거 같애. 호호”

우리는 차를 시키고 지나간 일들을 하나둘씩 이야기했다. 불행히도 그녀는 우리들의 이야기들을 자세히 기억하질 못했다. 그건 이유가 있었는데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이해가 갔다.

그녀는 자기가 그런 불량스러운 친구들과 지냈었다는 것이 뜻밖인 것 같았다. 그녀의 말을 빌자면 그녀가 학교 선생님과 트러블이 있은 후, 학교를 안 갈 생각으로 수업 중 나온 적이 있었다고 했다. 결국 선생님들의 설득으로 학교를 계속 다녔지만 그때부터 좀 싸돌아다녔고 그때 우리들과 어울린 것이라고 말을 했다. 자기는 뭐 모범생이라나? 흠흠… 근데 그것은 사실이었다. 난 그녀의 지난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미처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 수 있었다. 내가 그녀에게 그때 아버지가 안 계셨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을 하자 그녀는 자신이 지나온 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다. 그래서 그녀는 장녀로서 어린 시절부터 그녀의 가정을 돌봐야만 했다. 어머니와 남동생 둘. 다행히 그녀는 공부를 아주 잘했단다. 그랬기에 국민학생 때부터 동네 아이들 과외를 시키며 집안 살림을 도왔다고 했다. 중학교 들어갈때도 수석이었고 내내 수석이었으며 물론 졸업할 때도 그랬다고 했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반장을 하면서도 매점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했다. 수업을 하다가 쉬는 시간 종이 치면 뛰어서 매점으로 달려가 아르바이트를 했단다. 수업 종이 치면 또 뛰어서 교실로 오고…나중엔 어머니도 매점에 소개하여 두 모녀가 함께 일했다고 했다. 그녀가 수석으로 입학했을 때 불행히도 그녀는 입학금이 없어서 학교를 포기할 형편이었다고 했다. 그녀가 1회 입학생이었던 관계로 장학 제도도 없었고 수석 입학생에 대한 아무러 예우도 없었지만 그녀의 사정를 알고는 부랴부랴 장학제도를 만들어 무사히 입학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선생님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면서 그렇게 학교생활에 잘 적응해 나갔었는데 3학년 때 담임 선생님과 종종 마찰이 있었다고 했다. 이런 곳에 이런 이야기를 써야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었다고 했다.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그녀에게 반장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라고 했던 모양이다. 부유한 집의 어느 학생에게.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어떤 일로 수업 중에 선생님이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넌 돈만 아냐?” 그 일로 학교고 뭐고 다 그만 둘 생각으로 그 자리에서 가방을 싸들고 나왔단다. 나중에 다른 선생님들이 설득하여 겨우 학교를 다녔지만 선생님에 대한 아픔은 매우 컸었던 것 같다. 그때 우리를 만난 것이다. 그녀는 졸업 때도 1등 졸업상인 장관상을 다른 아이에게 양보해야 했다고 한다. 돈 그거 좀 언제나 문제가 되기는 되는 것 같다. 다 지난 일이라면 그녀가 환하게 웃었다.


나는 생각했다. 흠… 그랫군. 난 아무것도 몰랐는데 그래서 그렇게 속이 깊어 보였구나. 어른스러웠고 어찌보면 누나 같은 기분도 좀 들었다. 이런 훌륭한 여학생이었으니까 그렇게도 보고 싶었겠지. 흠… 나는 나의 친구가 자랑스러웠다.

“그때 너 **여상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응, 생각해 보면 좀 어리석었어. 정말 큰 실수였어.”

내가 생각해도 그건 실수였다. 그런 재원이 아깝게 썩고만 셈이니까. 가정을 돌봐야하기 때문에 대학은 생각할 수도 없었고 여상에 들어가 졸업한 후 돈을 벌 생각을 한 것이라고 했다.

“참 바보같은 생각이었지. 대학 다니면서도 과외 아르바이트 수입이 내가 직장 다닌 수입보다 훨씬 나았는데 그걸 생각하질 못했어. 내 꿈은 그때 거기서 끝난 거지. 난 참 꿈이 많았었는데. 세상에 겁나는 것도 없었고.”

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지나간 일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녀는 여상에 가서는 전혀 적응하지 못했다고 했다. 생활 문제 때문에 맘에도 없는 여상엘 들어왔으니 이해가 가는 일이다. 그것도 수석 졸업생이… 그녀는 여상이었는데도 불구하고 3년 내내 주판 한번 학교에 가져가 본 일이 없다고 했다. 시험 때조차도… 나는 말을 바꿔 물었다.

“너 근데 언제 결혼했니? 내가 언젠가 *두 만났었거든. *두가 해수욕장에서 *재 여자친구였던 *희를 만났었대. 그때 네 이야기를 들었는데 너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결혼했다고 그랬었는데?”

난 그렇게 들었다. 뭔 다방에서 디제이를 하던 *두를 우연히 만나 한동안 또 어울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에게 그녀의 소식을 혹시 아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나서 난 그녀를 완전히 포기했었다.

“호호, 아니야 나 결혼 늦게 했어.”

“언제 했는데?”

“8*년도에 했어.”

나는 손으로 꼽아보았다. 아아 아까운 것… 잘못된 정보 때문에 내가 그녀를 놓쳤었다니.

“으아! 내가 그걸 진작 알았었다면 그때 내가 널 수소문했을텐데.”

“호호”

“하하”

우린 농담 같이 웃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녀는 두 아이를 가진 아주 현숙한 아내가 되어 있었다. 아주 검소하고 소탈했다. 

나는 내가 준비해간 선물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내가 출간했던 책 몇권과 친히 녹음한 그당시의 노래 테이프였다. 

“이거 차에 가지고 다니면서 들어. 그 어린 때의 노래들이야.”

그녀는 몹시 기뻐했다. 헤어지면서 내가 말했다.

“악수하자.”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을 잡곤 내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때 이 손을 그렇게도 잡고 싶었는데. 하하하.”


나는 그녀와 그녀가 하는 일 때문에 가끔 만났다. 가끔 그녀의 일과 관련된 내 친구와 함께 식사도 하고 차도 마셨다. 그렇게 한 2년쯤 만났다. 그녀가 내게 먼저 전화를 한 적은 꼭 한 번 있었고 대부분은 내가 먼저 전화를 했다. 그렇게 그 아름다운 시절의 친구를 만나다가 난 수첩을 잃어 그녀의 연락처를 잊고 말았다. 또 난 이사를 하여 모든 전화번호가 바뀌었다. 물론 지금도 그녀의 전화번호를 알 수는 있다. 하지만 아직은 의미가 없다. 내가 좀더 힘이 생겼을 때, 내가 친구로서 좀더 자랑스러울 때까지 연락하지 않으려고 한다. 난 어린 시절 내 가슴을 무척 아리게 했던 내 친구가 자랑스럽다. 그렇게 훌륭했었다니. 이젠 평범한 주부가 되었지만 그녀는 내 아름다운 추억 속에서는 여전히 내 그녀였다. 지금도 그때 청바지를 입고 다니던 그녀의 모습이 생생하다. 아주 발랄하고 깊은 속을 가지고 있던 그녀… 늘 행복하길 바란다. 그녀는 내가 준 테잎 속에 노래들을 듣고 있을까? 120분짜리로 몇 개 준 것 같은데… 그때 우리들이 늘 들었던 <우리들의 이야기> <하얀손수건> <그건 너> 등등도 다 들어있는데… 정말 행복해야해. 친구야. 이 담에 아이들이 더 크면 남편과 함께 한번 만나서 술 한 잔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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