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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새(음악한곡의추억)

'오랜 시간이 흘러도...' 김하성 2000/10/23(월)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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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이 흘러도...

김하성

2000/10/23(월) 21:32


아주  오래전에.....



제가  초등학교 4학년때  눈이 수북히 쌓인  어느  겨울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성동구의 어느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지요....

학교의  조그만  교실에는  초롱초롱한  눈빛들로  가득차  있었고   

이런 저런  아이들의  시끄러운  재잘거림은    무서운  선생님의  

눈초리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각자의  목소리를  내가며  다시없을  

소중한  기억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다들  떡볶이집으로,  뽀끼집으로, 달고나" 를 먹으러  

아니면  만화가게로..   삼삼오오  몰려가곤  했답니다..    

거기에도 빠진  친구들은  학교 운동장에  남아   철봉에  매달려  어려운

기술을  배워가며  차다찬  겨울..  철봉의  싸늘함도  잊은채   나이에 맞게  

아무생각과  걱정없이  매달리며  어린  겨울운동에  몰두 하곤  했지요....

그런  어느하루는  철봉에  매달려  하늘을  보며  동화속의  소년인듯한  

꿈을꾸는  제게  커다란  모습의  어른이  시야를  가득  

채우며  앞에  서  계셨습니다....



저의  아버님 이셨어요...   갑자기  제가  보고 싶어  오셨다고  합니다.. 

이  씩씩한  아들이  그리워  조금  이른  어른들의  시간을  쪼개어  

그렇게  저를  찾으신  아버님의  모습이란  정말  어린  마음 속에

뿌듯한  용기였지요...   

좀 더  힘을  내어  한번 더  철봉을  돌며  "저좀  보세요"  라고  

자신있게 말했지요.....

그리고  아버지의  굵직한  손을  꽉 잡고  그 온기로  인해  이미  

저의  고사리 같은 손은  이내  따스하게  바뀌어  갔고  부자간의  

사랑과 의리 같은 끈끈한 그  무엇을  충분히  느낄수  있었지요...

요즘은  조금 귀한  맛있는 찐빵"  학교문을  나서며  저는  아버지가   

이끄시는  찐빵집에  가서  허겁지겁  쫄깃쫄깃 하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을  배불리  먹고   조금  개구장이로  조금의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던  얘기들을  고백하듯  털어놓고   혼이 나기도  했지요...    

찐빵집을  나서는  그 과거의  겨울은  어찌나  춥던지....



아버지의  손을  다시 잡고  걸어 갔습니다...    

그때  귀가에  은은히  울리던  아버님의

목소리는  뭔지 모를  영어같은  음성의  두꺼운  목소리 였습니다...

이제사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때  그 노래!  그 팝송은  바로  

지금도  흔하지 않은  노래...         "release  me..  였습니다.....

아버님의  걸죽하고  감미로운  음색의  릴리스 미" 라는

노래는  가을이  겨울로  넘어갈 때나  완연한  겨울속의  

눈이라도  내려있는  분위기  있는 날엔  더욱  생각 나는  

노래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   4학년의  어느  겨울을  보낸후..

그로부터  5년후  저의  아버님 께서는  이세상에  

계시지  않아  지금  제가  그때의  목소리 처럼  다시  

아버님께  릴리스 미" 를  불러  드리고  싶어도  이미  

아버지께서는  제가 있는곳에 안 계시어   가끔씩  서툴게 라도  

마음속으로 나마  흥얼 거리곤 한답니다...

그런  아름답고  소중한  저의  초등학교  4학년의  겨울은  끝이  

나버리고....  이제는  제가  아버지가  되어  또  저의  아들과  딸에게  

소중할수 있는  추억을  만들고자  늘  마지막  일초를  포기하지 않고  

그때의  아버지처럼   살아 가고 있습니다.....   

음악과  추억은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늘  동화속의  소년이기를  꿈꾸는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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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야 2000/10/30[13:37]  

 정말 추억이란 아름답습니다. 그런 추억이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합니다.  님의 글을 읽고 야~!!! 눈물이 날뻔했어요. ㅠㅠ  아버지의 대한 추억......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할꺼예요. 추억은 소중하다고 ....자자 모두 화이팅 ~~~~  *^^*     릴리스 미를 한번 들어봐야겠당  


희야 2000/11/06[05:07]  

 감동적이에요!

멋진 아버님이셨군요. 이런 좋은 글을 이제서야 읽다니..."늘 동화 속의 소년이기를 꿈꾸는 

청년"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군요. 


정현숙2001/02/03[20:15]  

 높은 조회수에 이끌려 호기심에서 한 번 열어 보았더니, 밤새 뜰에 내린 눈처럼 소담스런 글이 기다리고 있군요. 저도 이 노래 좋아하는데요, 초등학교 아들 손을 잡고 걸으시면서 아버님이 이 노래를 부르셨다니 참 낭만적이네요. 그런데 가사 내용을 생각하니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네요 ^^.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아버님같이 멋진 아버지 되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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