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와 함께 보낸 나의 70년대... 김정수 2001/6/18(월) 02:12

바람새(음악한곡의추억)

김민기와 함께 보낸 나의 70년대...

김정수

2001/6/18(월) 02:12


몇 달 전 이 사이트를 발견하고는 많이 흥분했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 또 이런 사이트를 만들어주시는 분들이 어찌나 고맙던지······!


노래는 그 내용이 아무리 시대와 상관없는 사랑타령이라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그 노래와 함께 했던 사람들의 숨결과 정서가 스며 있기 마련이어서 어쩔 수 없이 그 시대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그 노래를 부르고 듣던 사람들이 곧 역사이자 시대가 아닌가. 


또한 노래는 그 노래를 즐겨하던 사람들이 자신의 개인사를 함께 실어 추억 속에 저장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의 삶과 함께 했던 노래를 들으면 그 시절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아니 어쩌면 더 아름답게도 더 슬프고 고통스럽게도 채색이 되어 되살아나서는 우리를 들뜨게 하고 아련한 감상에 젖게 하는 것이다. 


이 사이트를 찾는 사람들에게 그 시절이란 대부분 70년대일 터인데, 나 또한 그 시절을 함께 한 노래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노래들로 일깨워지는 나의 추억들은 그 누구들의 추억들처럼 아름답지도, 아련한 감상도 아니다. 그저 막막하고 가슴 답답한 마음을 그 노래들에 실어 토해내려 했을 뿐이다. 그 노래들에 막막하고 답답한 마음을 실으려 했던 사람이 어디 나뿐일까. 다만 나의 상황이 남과 달랐을 뿐이다.


김민기의 첫 번째 앨범이 나온 것이 1971년이었던가. 그의 노래는 앨범이 나오던 무렵부터 라디오 방송을 통해 들었지만 내가 그 유명한 LP판을 산 것은 아마 1974년쯤이었을 것이다. 내 나이 스무 살 때였다. 아직도 집안 어딘가 있겠지만 그 판은 '친구'로부터 시작하여 Deep Purple의 April이라는 연주곡으로 끝났던 것 같다. (마지막 연주곡이 Deep Purple의 곡이라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 지금도 어렴풋이 생각나는데 라디오에서 김민기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던 기억이 있다. 아마 곡목이 '친구'였을 터인데, 그 이전에 듣던 노래들과는 전혀 다른 생소한 종류인데다가 그렇게 암울한 분위기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도 그렇게 가슴 아프게 좋을 수가 없었다. 눈물나게 좋았다. 웬지 모르게 좋았다. 아마 부르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동시대를 함께 호흡할 때만이 그런 감정이입이 가능할 것이다. 게다가 노래의 어두운 분위기와 나의 정서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많았던 것이다.


지금은 조금 다르지만 그 당시에 나의 생활 범위는 방안이 전부였다. 두 살 때 소아마비로 전신마비가 되어 방안에서만 생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루 일과가 주로 책을 읽는 일이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라디오를 들으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 당시에 학교를 다니던 사람들은 다 기억하겠지만 그때가 라디오의 전성 시대가 아니었나 싶다. 비록 AM이었지만 음악 방송이 많았고, 유명한 DJ들도 그 때 배출되었던 것이다. 최동욱, 이종환, 피세영, 임국희 같은 사람들이 그때 활동하던 DJ들인데, 그들이 진행하던 심야 방송 때문에 잠을 설친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그 많은 음악 방송 중에 김민기의 노래가 나오는 방송이 별로 없었는데, 내 기억으로는 기독교방송에서만 그의 노래들을 들을 수 있었다. 아마 그때가 박정희의 유신 시대였으니 일반 방송에서 김민기를 달가워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비록 그때까지는 김민기가 반체제 인사라는 거물(?)이 되기 전이었지만 말이다. 난 그 무렵 기독교방송에서 최경식이라는 분이 진행하던 음악 프로를 즐겨 들었었는데, 그 프로에서는 김민기의 노래도 자주 나왔을 뿐 아니라 팝송도 수준 높은 곡들을 많이 방송했다. 그 유명한 밥 딜런의 Blowing in the Wind도 그 방송에서 처음 들었고, 존 바에즈, 돈 맥클린, 제니스 조플린,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조지 미첼, 캐롤 킹, 에디뜨 피아프 등이 귀에 익은 가수들이다.


이야기가 빗나갔지만, 나는 가슴이 답답해지면 혼자 있을 때 김민기의 판을 틀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불렀다. 성능도 별로 좋지 않은 휴대용 턴테이블에 그 판을 걸어놓고 4, 50분 가량 따라 부르노라면 땀이 흘렀다. 그리고 땀과 함께 눈물도 흘렸다. 그 판에 실린 노래를 전부 좋아했지만 특히 좋아했던 것이 '친구,' '바람과 나,' '아침이슬'이었는데, 판이 한 번 다 돌아가면 답답하던 가슴이 개운해졌다. 그걸 카타르시스라고 하던가. 그렇게 나의 70년대는 김민기와 함께 보냈다. 아마도 그때는 몰랐지만 그로 하여 내 정서는 덜 황폐해졌으리라.

80년대에 들어서면서 김민기와는 멀어지고 그때의 시대 상황을 첨예하게 반영하는 노래들로 애착이 옮겨졌었다. 그러나 지금 와서 다시 돌이켜보면, 가파르게 사람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노래보다 아무래도 잔잔하게 가슴을 쓸어주는, 낮은 목소리로 아픔을 함께 해주는 노래들이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다. 김민기의 노래가 있고, 또 양희은의 노래가 있어서 40대는 그나마 행복한 세대인지도 모른다. 그들로 하여 우리는 지난 추억으로 위안을 받을 수 있고, 또 그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장을 이렇게 마련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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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완 2001/06/18[02:16]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윤명옥 2001/06/18[08:22] 

 지금은 좋아졌나 봅니다 아하 누가 이렇게 새벽길 바람과 나 등... 좋고 예전이나 지금도

종이연은 좋고 저 부른 바람  서예나 공부는 노력해야되는데 생활고에 절박하니 10개월동안

거의 못햇는데 음악은 쉽게 들을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나 딸애의 깜찍한 말

9년동안 어렵게 만든일로 지금 서울에 가는데 잘되길 바라면서 여러곡 들었습니다

 

기정수 2001/06/18[09:03] 

 김민기는 70년대 암울했던 시대에 빛나는 별이었읍니다.

그 회색빛 터널을 그의 노래와 함께 지나 왔지요 


강남주 2001/06/18[11:42] 

 진주처럼 빛나는 님의 정서에 김민기의 노래가 한 몫했다는 사실을

읽으면서, 저역시 내리는 비에 내 맘도 울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삶이란 ,화투판에서 밑천 다 날리고 새벽,마루끝에 앉아 냉수 한사발 들

이키는 것이라고 어느 시인은 말하듯이 

어차피 누구에게나 색깔 만 다를뿐 

회환과 후회로 얼룩져 있을겁니다.

허나 님께선 힘든 나날을 오히려 투명한 영혼으로 아름답게 승화시킨 것 

같아 존경스럽습니다.

땀과 눈물로 부르시던 그 노래들을 이 아침,비가 촉촉히 내리는 아침, 같

이 느끼며 들어보겠습니다 


김덕수 2001/06/19[21:14] 

 김정수님!안녕하세요? '님'의 글을 읽고 70년도 중2때 친구형님이 떠 오

르는군요.그당시 아현동에서 '기원'을 하셨던 분인데 선천적으로 등에 애

기를 항상 업구 계셨죠.웃음띤 얼굴에 오히려 제가 송구스럽더군요.특히 

행복에 젖은 얼굴로 'All for the love of a girl'을 부를 때는요.'님'도 '내마

음은 당신곁으로 '부를때는 그러하겠죠? 영원한'친구'가 있고 4월이

면 'April'이 있고 곧 7월이면 'July morning' 이 있고 또 훨훨 나를 수 있

는 날개달린 '바람새'가 있으니 항상 그러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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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김민기, 새벽닭 같이 운 사람...

여상화

2001/6/18(월) 


김정수님 반갑습니다.

그 누가 김민기를 '이미 사라진 전설' 또는'잊혀진 전설'이라고 말한대도

저는 '영원한 전설'로서 김민기를 기억할 것입니다.

그 암울했던 시대. 

그는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보고

남들보다 예민하게 아픔을 느끼고 분노하며 

그 느낌들을 시인으로 또 예인으로서 표현했지요. 

그래서 아름다운 우리말로 주옥같은 노래들을 만들었고요.

저는 그의 '깨어있음'을 존경하고 그리고 '실천한 자'로서 그를 좋아합니다.


그는 어둠을 깨트리는 새벽닭 같이 운 사람이었지요.


기정수 2001/06/18[22:26] 

 어느 누가 홀로 일어나 아니라고 말할사람 누가 있겠소..

40년대에 윤동주가 있었다면 70년대에 김민기가 있었지요.

  

여상화 2001/06/19[10:55] 

 기정수님 건강하시지요?^^ 그가 어떻게 변했대도 김민기에 대한 저의 상념은 

아픈 기억들과 함께 특별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기정수님도 김민기에 대한 생각이 

남 다르실 거예요. 그렇지요? 


김정수 2001/06/19[17:58] 

 상화님, 그렇지요. 새벽닭이었지요. 본인은 아니라고 펄쩍 뛰지만 


김정수 2001/06/19[18:03] 

 시인은 잠수함의 토끼처럼 남보다 먼저 위기 상황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

으니까요.

기정수님, 이름이 저와 같아서 반갑습니다.  


기정수 2001/06/19[19:05] 

 김정수님 반갑습니다.

상화님 저도 김민기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아파집니다.

 

여상화 2001/06/19[23:59] 

 '잠수함의 토끼'라 재밌군요. 김정수님과 기정수님. 두 님을 뵐 땐 'ㅁ'을 잘 챙기겠습니다.^^ 

편한 잠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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