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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나(2) '누나' 무슨달 2000.5.4(목)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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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나(2)

누나

무슨달

2000.5.4(목) 06:59


                            노래와 나(2)


  노래와는 관계 없지만 누나의 이야기는 조금 더 하고 싶다.(간단하게 줄여쓰지만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름) 누나는 몹시 몸이 아팠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누나는 정릉의 어느 암자에 1여년 정도 요양을 가셨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내가 중학교 3학년일 때 누나는 돌아가셨다.

  누나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가 누나가 하셨다는 말을 내게 들려주셨다. 누나가 말하기를 내가 좀더 일찍 알았다면 이렇게 허무하게 죽지는 않았을 텐데… 하셨단다. 누나는 요양 갔던 정릉의 그 암자에서 어느 경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누나를 아주 잘 따르던 이대 학생에게 부탁해서 그 경전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후로 누나는 정말 180도 달라졌다. 그렇게 까탈스럽고 신경질적이던(물론 그것은 환자였기 때문이다. 커서야 누나를 이해하게 되었다.) 누나는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그야말로 천사가 되서 돌아오셨다. 집으로 돌아온 날 나를 부른 뒤 말했다. “누나가 기침을 많이 해서 아주 힘들어하더라도 네가 할 맘이 들지 않으면 물을 떠다주지 않아도 돼.” 누나는 내게 귀찮은 일을 시키지 않으려 하셨다. 어리석고 못된 나는 누나의 그 말을 잘 따랐다. 지금 생각하면 슬픈 일이다. 하루는 아주 힘들게 기침을 하던 누나가 내게 말했다. “나 물 좀 떠다 주겠니?” 누나는 누나와 아주 앙숙이던 친척 어른과 함께 암자에서 돌아왔었는데 돌아오는 길 내내 오히려 어른의 피곤함을 걱정하셨다고 한다. 누나는 정말 아팠다. 돌아오는 길에서도 기침 때문에 너무 힘들어 수십 번이나 쉬었다가 와야 했다고 한다. 돌아가시기 얼마전 누나는 깨끗이 몸을 닦고 모든 준비를 끝낸 후 가셨다고 한다. 암자에서 돌아온 후 2년 동안 한번도 얼굴을 찡그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항상 웃으셨고 동네 처녀들은 그런 누나를 정말 존경했다. 난 누나가 본 경전이 뭔지 몰랐다. 경전뿐만 아니라 누나가 틈틈히 썼다는 글까지도, 얼마 안되는 모든 유품도 다 태워졌기 때문이다. 내가 열 아홉 때 나는 어느 날 누군가의 집 탁자 위에 가지런히 놓인 경전을 무심코 읽어내려가다가 너무 가슴이 떨려 주체하지 못하고 그 경전을 들고 뒷산으로 뛰어간 적이 있다. 열 아홉 나이에 뭘 알았을까마는 내겐 좀 충격이었다. 나는 그 경전을 한줄 읽다가 가슴에 파묻고 떨리는 가슴을 진정하고 또 한 줄을 읽고 다시 진정해야 했다. 그것은 <육조단경>이었다. 부처가 설한 법을 제외한 모든 가르침 중에서 유일하게 <경>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은 후일 알게 되었다. 그만큼 그 가르침은 특별한데가 있었다. 그래서 어린 내게도 그런 감흥이 있었던가 보다. 그 후 어머니를 통해서 누나가 암자에서 보았던 그 경전이 <육조단경>이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 불교는,  아니 종교는 좀 할 일 없는 사람들이 어리석은 마음으로 궁리하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나는 불교가 대단한 것이라고 말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아무튼 나는 누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그 경전을 읽고 전혀 바뀌지 않았지만 누나는 그 경전을 읽고 순간 180도로 변했기 때문에…


  어니언스의 <누나>를 들으면 내 누나가 생각나는 것은 내겐 그래서 당연한 일이다. 누나라는 단어가 아주 낯설기만 한데도 말이다.


    조약돌 하나를 개울에 담가두면

    행여 나에 마음 조금은 알아줄까 


    눈시울 적시며 나의 손 놓으시고

    멀리 시집가던 마음이 고운 누나


    조약돌 꺼내어 손 위에 굴리면

    자꾸만 생각나는 누나의 고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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