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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나(5) '우리들의 이야기' 무슨달 2000.5.4(목)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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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나(5)

우리들의 이야기

무슨달

2000.5.4(목) 18:41


                      노래와 나(5)


    중학 시절을 생각하면 잊지 못하는 노래가 있다. 윤형주의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마치 내 중학 시절의 주제가 같은 생각이 든다. 

         

         웃음 짓던 커다란 두 눈동자 

         긴머리에 말없는 웃음이 

         라일락 꽃향기 흩날리던 날 

         교정에서 우리는 만났죠~


    그 가스내를 첨 본 것은 우리 학교 운동장에서였다. 당시 몰켜다니던 내 친구들은 과외를 하고 있었는데 그때 같이 과외하던 여학생 중 한 명이었다. 나는 그때 수업을 마치고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있었다. 어엇! 눈이 번쩍 뜨였다. 내 친구 몇몇과 교문을 막 들어서는 여학생… 핫! 난 첫 눈에 반해버렸다. 난 그 여학생을 향해 손을 번쩍 들고 외쳤다. “어이! 괜찮은데!” 아마 말투가 이것과 꼭 같지는 않았겠지만 거의 비슷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내가 그렇게 소리치자 그 여학생은 나를 보고 좀 어이가 없다는 표정 10%, 내게도 관심이 있다는 표정 90%, 그런 표정으로 날보고 환히 웃었다. ‘이야! 눈이 맞은 거야 우린!’ 그렇게 해서 그 가스내(가시내 보다 가스내가 더 이쁜 말 같다.)와 만났다. 몰켜 다니던 우리는 일곱 명이었는데 우연찮게도 여학생들도 꼭 일곱 명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씩 찍어 짝을 만들었고 당연히도 난 그 가스내와 짝이 되었다. 흠흠… 뭐 짝을 지었다고 해서 미팅을 한게 아니고, 그냥 그런 내략이 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여학생들도 그런 우리의 내략을 인정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지나면서 요 가스내가 내 친구인 *재를 좋아하는 것이었다. *재는 *희와 짝이었고 둘은 아주 잘 나가고 있었는데 쩝 나의 *자는 딴 데 관심이 있었다. 물론 우린 의리가 있으니까 남에 여자친구 찝쩍거리지는 않았다. 아주 의리가 잘 지켜졌다. 그러나 그러나 나의 *자는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자’는 내가 관심을 가졌던 두 번째 여자였다. 첫번째는 국민학교 시절 통학할 때 버스에서 만났던 서너 살 위의 누나였는데 그거야 애들 맘이 그랬던 거고(그래도 난 그 누나에게 전하려고 연애 편지를 써가지고 다녔다. 난 그런 쪽으로 무척 발달이 되어 있었던 것 같다. 흐흐) 이번은 동갑네가 아닌가. 그것도 신체발육이 아주 잘된… 그때 ‘자’는 일 년 꿇고 국민학교에 들어갔고 또 일년 중학교 늦게 들어왔다는 소문이 있었을 만큼 성숙했다. 늘씬하고 또 매력적인 얼굴의 소유자였다. 난 그만 애끓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녀(? &#8211; 좀 이상하긴 하지만 쉽게 이렇게 쓰련다.)와 가끔씩 만두집도 가고 탁구도 치러 다니고 그랬지만 그녀는 나와의 교제에는 관심이 없었다.

 

      우리가 좀 불량스러웠던 것은 이미 말한 바가 있지만 난 그녀 때문에 술에 취하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 자알 하는 짓이었다. 또 어느 날 밤에는 그녀 집 근처에서 그녀를 목놓아 기다리기도 했다. 당시는 통금이 있었지만 중학생이었던 나였건만 그런 것은 별 문제가 안되었다. 여기저기 잘 곳은 많았으니까… 쩝… 이 얘기두 재밌는디 흐흐… 


      암튼… 한 날 거의 열두 시가 다될 무렵까지 그녀의 집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는데, 그녀의 친구가 집 앞 독서실에 가다가 나를 보고 안타까웠는지 잠시만 기다리라며 그녀를 부르러 갔다. 그러나 친구는 혼자 돌아왔다. 그 친구는 내 잠자리를 걱정하여 독서실 주인 아저씨를 잘 아니까 자기가 얘기하면 잘 되거라며 독서실에서 자라고 말을 했다. 결과? 결과는 빠꾸… 쩝 그 날도 나는 술을 먹었었다… 교복을 입은 어린 중학생이 술 냄새 풀풀 풍기는데 어느 천사같은 아저씨가 나를 재워줄 것인가. 그래서 난 통금 오 분을 남기고 그녀를 못본 채 내 아지트로 가야만 했다. 


     평소에도 나를 무척 생각해주었던 그녀의 친구 별명은 18인치였는데 당시는 나팔 바지가 유행이었다. 학교에서도 12인치가 최고 나팔 바지라 우와 하며 부러워 했는데 그녀의 친구 바지 폭은 무려 18인치였다. 그녀의 친구도 우리와 같이 불량학생이었냐고? 노우. 그녀도 그녀의 친구도 불량학생이 아니었다. 그게 여자가 남자보다 더 일찍 성숙한 증거였는데 그녀들은 놀 것은 놀면서도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쩝 난 그걸 몰랐다. 철이 없었으니까 쩝… 


     암튼 난 그녀 때문에 늘 힘들었다. 그래서 내 입에서는 늘 양희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임희숙의 진정 난 몰랐네가 떠나질 않았다. 라디오에서 그 노래가 나올 때면 그녀 생각 때문에 가슴이 몹시나 아팠다. 그 어린 나이에 가슴 아팠던 것이 사랑이었을까? 글쎄 모르겠다… 아마도 그랬겠지… 당시 박미령인가 하는 어린 아이가 부른 ‘검은 고양이 네로’가 유행이었다. 번안곡이었는데 무척 신나는 노래였다. 또 이장희의 ‘그건 너’가 유행이었다. 그건 너는 그녀의 주제곡이 되지는 않았다. 그녀의 집에는 전화가 없었고 ‘모두들 잠들은 고요한 밤에 어이해 나홀로 잠못 이루나’처럼 잠을 못잔 적도 없었고, ‘전화를 걸려고 동전 바꿨네.’처럼 전화를 건 적도 없으니까. ‘그건 너’는 그녀 다음의 두 번째 실연에서 주제곡이 되었다. 난 무쟈게 실연을 많이 당한 것 같다. 그렇겠지… 어린 녀석이 못된 짓만 하고 다녔으니까 쩝. 눈이 많이 내리던 어느 날 밤 남산 허리를 돌아가는 차 한대 지나가지 않는 도로를 걸으면서 눈물을 찔끔거리던 생각도 난다. 그녀 생각 때문에 그날은 술에 엄청 취해서 담배를 꼰아 물고 <너의 침묵에 메마른 나의 입술~>하고 흥얼거리며 거리를 헤메이던 생각이 난다. 이거 정상 맞습니까? 내가 쓰고 보니 정말 불량 학생이군요. 흠흠


     곧 크리스마스 이브가 돌아왔다. 우리 일곱과 그녀들 일곱은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지낼 것인가 궁리를 했다. 그래서 그녀들 가운데 한 명의 집에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기로 했다. 물론 밤새기였다. 장소를 제공한 그 집의 어머니는 무척 개방적이셨던 분인데… 나를 보더니 나는 안되겠다는 것이었다. 으… 그만큼 나는 겉모습에서도 불량끼가 철철 넘쳤다. 그것도 좀 저질스럽게… 그녀들이 어머니를 겨우겨우 설득하여 파티를 했는데(여자들은 확실히 달랐다. 게임도 꽤 준비해두었고 먹을 것도 제법 많이 장만해 놓았다. 물론 술도… 지금도 술꾼이냐고요? 지금은 그냥 즐겨 먹죠. 가끔씩 취해서 그렇지 흐…) 유독 ‘자’의 설득에 수긍을 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좀 이상했다. 세월이 무지무지 오래 지난 뒤 그 비밀이 밝혀졌지만… 우린 게임도 하고 춤도 좀 추고 그랬다. 그러다가 좀 시들해졌다. 그리고… (여학생 자녀로 두신 부모님들은 주의하시길) 내 친구들 모두의 말없는 내락 속에서 난 나의 ‘자’와 한 이불 속에 들어갔다. 좀 얘기가 이상하게 흐르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만큼 나는 애들이었다. ‘자’는 무척 성숙했지만 나는 미성숙 상태였다. 그저 그녀를 볼에 입맞춤한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그렇게 애타우던 ‘자’에 대한 마음을 난 조금이나마 위로 받을 수 있었다.


      졸업식이 끝나고… 재미난 일들이 많았는데 너무 그냥 휙 지나니까 썰렁하군… 어느 날 저녁 그녀들과 우리는 만났다. 그리고 졸업 후에는 만나지 않기로 사전에 약속을 한대로 우린 마지막 만남을 가졌다. (그녀들은 우리들의 앞날을 짐작하고 있었으니까 껄껄) 그녀들은 모두 선물 하나씩을 준비해왔다. 그건 하얀 손수건이었다. 튄폴리오의 하얀손수건을 응용한 것이었다. 우린 포장지를 뜯어 그녀들이 준 하얀 손수건을 가슴에 품고 마음 속에 깊이 향기로운 추억으로 남겼다… 흐 이렇게 말하면 좋겠지만 그렇지를 못했다. 우린 그 손수건으로 즉시 각자의 구두를 닦았다. 그리고 몇 놈은 각자의 짝을 데리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믿던지 말던지이지만 모양은 불량스러웠지만 정말 마음들은 그렇지 않았던 때였다. 너무도 순수했고 꿈같던 시간들이었다. 내가 트윈 폴리오의 하얀손수건을 즐겨부르고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트윈폴리오의 실버벨이나 블루크리스마스를 부르며 추억에 잠겼던 것은 그 때문이다. 참 아름답던 때였다. 시간이 되면 좀 더 많은 재미난 이야기를… 앗! 이거 나만 재밋는 얘기군요? 그런가요? 흐 그냥 재미루 읽어 주세요.


     나의 중학 시절의 주제가 윤형주의 우리들의 이야기 이 노래를 들으면 난 금방 그때로 돌아간 것만 같다. 재작년 나는 모교를 찾을 일이 있었다. 그 주변… 거의 변하지 않은 채 그대로 있었다. 무려 26, 7년이 지났는데도 거의 그대로였다. 상점 간판들은 다들 바뀌었지만 건물들은 그대로 있는 것이 많았다. 자주 갔던 빵집 그린하우스도 없어지고 껄렁패들이 모이던 남영동 금풍도 사라졌지만 학교 아주 가까운 주변들은 그대로였다. 참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웃음짓는 커다란 두 눈동자 긴 머리에 말없는 웃음이

    라일락 꽃 향기 날리던 날 교정에서 우리는 만났소.

    밤 하늘에 별만큼이나 수많았던 우리의 이야기들

    바람과 같이 간다고 해도 언제라도 난 안 잊을 테요.


    비가 좋아 빗속을 거닐었고 눈이 좋아 눈 속을 걸었소.

    사람없는 찻집에 마주 앉아 밤늦도록 낙서도 했었소.

    밤하늘에 별만큼이나 수많았던 우리의 이야기들

    바람과 같이 간다고 해도 언제라도 난 안 잊을 테요.


    부끄럼도 또 자랑거리들도 우리에겐 하나도 없다오

    우리들이 말할 수 있는 것은 마알간 마음뿐이라오

    밤하늘에 별들만큼이나 수많았앗던 우리의 이야기들 

    바람과 같이 간다고 해도 언제라도 난 안 잊을 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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