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진의 작은 배
류윤식
2000/9/6(수) 15:45
작은 배와 고은시인에 대하여 조동진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꼭 20년 전 늦은 겨울.
눈이 하얗게 쌓인 정릉 골짜기에서 나는 한 사람의 시인을 만날 수 있었다.
아직 여드름이 채 가시지 않은 우리 젊은 녀석들에게 갑자기 뛰어든 겨울햇살처럼 씩 웃으며 나타났다가 어느새 휙 사라지곤 하던, 깡마른 체구에 뭔가 털어버리려는 듯 털털거리며 걷는 불규칙한 걸음걸이.
이따금 분위기가 좋아지면 목소리를 한 옥타브쯤 올려서 목탁 대신 젓가락을 두드리며 아기중의 염불 소리를 흉내내던 시인의 그 황량한 목소리.
어느 날 시인은,겨우살이를 맞은 어린 짐승들처럼 아랫목을 찾아 웅크리고 앉은 우리들을 향해 갑자기 커다란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시장바닥에 죽어서도 히죽히죽 웃고 있는 돼지대가리들을 보면,우리의 고민이 무색해져!"
우리들은 아주 잠시 동안 시인의 말이`에코'가 되어서 되돌아오는 것을 느낄수가 있었고,그 알량한 우리의 고민거리들이 갑자기 얼마나 초라한 꼴이 되어버렸는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짧은 겨울해 탓인지 우리는 시인에 대한 문학적 호기심도 가져 볼 겨를 없이 마치 오랜만에 만난 악동들처럼 그렇게 떠들썩한 겨울을 치르고 나선 봄도 채 되기도 전에 뿔뿔이 흩어졌다.
길다면 긴 세월이 흐른 지금 나는 오직 시인의 돼지머리와 그분이 내게 적어준 짧은 시 한 편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그 얼마 후 이 짤막한 시에다가 아주 단순한 멜로디를 붙여 보았다.그것이 나의 세번째 노래<작은 배>이다.
나는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우리의 한계성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더는 어쩔 수 없는 그래서 때때로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만 하는 우리들의 한계상황.
그것은 슬픈 것일 수도 그래서 또 아름다운 것이기도 하다.
어쩌면 한계란,우리가 그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 들일 때만이 극복할 수 있느느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그것마저도 우리들에게겸손과 사랑을 깨우치게 한다.
이렇게 춥고 어두운 밤 당신의 작은 배는 어느 얼어붙은 강가에 발이 묶여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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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숙 10/11[09:26]
조동진의 작은배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곡입니다.80년 여름에 박스랑 이
챙겨서 친구랑둘이 송광사로 그림을 그리러 갔었습니다. 대학생활은
이상과 현실이 달랐고사랑하던 사람도 떠나보내고...그당시는 그저 막막
하기만 했었습니다. 부산에서 전라도까지 기차에다 완행버스를타고도착
해서 밤새도록 불렀던 노래가 작은배입니다. 아직도 맘이 저립니다.
조풍주 06/19[10:20]
고은의 작은배는 우리 인생의 축소판입니다.떠나고 싶어도 떠날수 없는 현실.....암담하고 때로는 정말 떠나버리고싶은 허상들........그러난 우리는 무엇때문에 주저하는 것일까요........작은배는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반달곰 2003/06/19[12:25]
그 분은 지금 많이 힘들어 하십니다. 단지 말씀을 안하시는 것 뿐입니다. 어떻게 위안을 드리고, 또 어떻게 조금이나마 도와드려야 할지...지금까지도...그리고 앞으로도..영원히 가슴에 남아계실 조동진님을 위해 평온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