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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의 '백구' 장윤석 2000/8/14(월)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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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의 '백구'

장윤석

2000/8/14(월) 15:54


전 어릴 적 부터 강아지를 엄청 좋아했습니다.

지금부터 처음으로 키우게 된 하얀 강아지와

중학부터 대학졸업 때까지 정말 정들었던, 

너무 희다고 이름도 '희나'라고 지었던 하얀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첫번째 강아지는 참 귀여웠습니다. 정말 이뻤습니다.

난 그 놈의 이름을 어울리지 않게

(국민학교 2학년 때라 영어도 몰랐는 데 아마 만화속에서 본 것 같습니다.)

'빅터'라고 지어놓고는 항상 같이 놀았는 데,

몇개월후 갑자기 몸을 뒤틀더니 그만 손쓸 새도 없이 가고 말았습니다.

엉엉 울면서 뒷산에 묻으러 갔는 데, 묻고 나서도 얼마나 서러운지

버스타고 40분을 가야하는 어머니 직장까지 멍하니 가고야 말았습니다.

가서는 놀라시는 어머니께 강아지 얘기를 해 드리면서 또 울고 말았습니다.

죽음이라는 게 나와 무슨 관련이 있는 지 처음으로 느껴진 게 바로 그 때였던 것 같습니다.

남게 된 사람이 얼마나 안타까운 지를 말입니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은 하얀 강아지 '희나'가 떠났을 때는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였습니다. 

그런데도 눈물이 나더군요. 나는 게 아니고 흘렀었습니다.

물론 술 좀 먹었었지요. 비도 부슬부슬 오기도 했고...


6개월 정도 서울에 있다가 집(부산)에 오는 날이었습니다.

터미널에 내려서 친구하고 한 잔 하고는 버스타고 집에 왔습니다. 

버스에서 내려서 집 골목까지 걸어 왔는 데,

항상 내가 우리집 골목안으로 접어들면 반갑게 짖어대던 소리가 들리질 않았습니다.

그래도 피곤해서 방에 들어가서 누우면서 동생에게 물어보았더니

"희나가... 이틀전에 죽었어. 병원에도 데리고 갔는 데 안되겠다고 해서..."


참 영리한 강아지였습니다.

아버지께서 서류봉투에 담아오셨을 정도로 처음엔 정말 작았습니다.

2, 3년쯤 커고 나서 나하고 장난치다가 다리 하나를 분질러서

차에 태워주지도 않길래 안고 20분을 걸어서 동물병원에 갔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수의사 선생님이 돈이 많이 들텐데

별 가치없는 강아지에게 돈 쓰느니 안락사시켜도 된다고 하더군요.

참 옛날 말이지요. 당연히 고쳐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기브스를 하고 안고 오는 데 온 사람들이 다 쳐다보며 웃더군요.

그 땐 제법 컷었기 때문에 중학생이 안고 20분을 걸어서 오는 건 정말 힘들더군요.

어느 정도 뒤엔 회충이 생겨서 바싹 말라가지고 입원한 적도 있고...

참 많은 기억을 만들어 준 강아지였습니다.

마지막도 병원에서 맞았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 얘기를 듣고는 다시 마당으로 나가 '희나'가 살던 집앞에 앉았습니다.

그 놈이 깔고 자던 깔개(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것이었습니다)를 쓰다듬고 있는 데

갑자기  눈물이 막 쏟아지는 것이었습니다.

어느샌가 어머니께서 나오셔서 날 쳐다보시는 데 너무 부끄럽더군요.


'백구'(김민기 작사 작곡)라는 노래를 만난 건 '희나'와 같이 살고 있을 때 였습니다.

처음에 '백구'를 악보로만 만나서 기타로 근근히 멜로디를 찾아서 불러보았지요.

그런데 부르면서 이런 가사를 만났습니다.


      백구를 안고 돌아와 뒷동산을 헤매이다가

      빨갛게 피인 맨드라미꽃 그 곁에 묻어 주었지

      그날 밤엔 꿈을 꿨어 눈이 내리는 꿈을

      철 이룬 흰눈이 뒷산에 소록소록 쌓이던 꿈을

      긴 다리에 새하얀 백구 음... 음...


그 때는 처음으로 키웠던 강아지가 생각나면서 찡해지는 데

옆에 앉아 듣고 있던 동생 눈치가 보여서 헛기침을 했었습니다.

그 가사와 멜로디가 너무 좋아서 많이도 불렀습니다.

희나가 간 이후에는 '백구'라는 악보만 보아도 자꾸 '희나'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인지 한동안 '백구'를 부르지 않았습니다. 듣기만 했습니다.


지금은 딸들에게 '백구'를 들려줍니다.

조금 더 자라면 아빠와 놀았던 하얀 강아지 '희나' 얘기도 들려 주면서 

아빠 노래로 '백구'를 들려줘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우리 어린 딸들이 노래부르다가 갑자기 아빠가 헛기침을 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고 

그런 아빠를 더욱 사랑하게 될 때가 되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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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  2003/06/19[12:20] 

 역시...윤석이형은  ㅉㅉㅉㅉ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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