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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노래' 장윤석 2000.7.16(일)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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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노래

장윤석

2000.7.16(일) 17:12


누구에게도 사춘기에 여러가지 신기하게(?)느껴지는 일들이 있을 것입니다.

내게도 역시 그런 일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만,

그 중에서 70년대 노래와 관련된 것 하나를 얘기해 드릴 까 합니다.


먼저 이 이야기를 위해서 소개드려야 할 분은 저의 아버지입니다.

아버지께서는 물리학을 전공하셨고, 교육직에 계시다가 정년퇴직하신 분입니다.

어릴 때부터 꼭 내가 만화책 보듯이 늘 이상한(?) 책을 보고 계시는 모습이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집에 오셔서도 열심히 공부하시는 분이었습니다. "저게 뭐가 그리 재미있을까."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어쨋든 재미없고서야 저렇게 그것만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버지는 항상 스스로 재미있는 일을 하고 계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내게 불만인 것은 내가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듣는 것을 전혀 좋아하시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점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제일 좋아하는 게 그림그리기, 영화보기이었던 나로서는 그건 정말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음악도 영화음악 좋아하는 걸로부터 출발한 것이 나의 음악사랑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자신은 재미있게 자기 보고 싶은 책을 열심히 보시면서 왜 내가 재미있어하는 것은 이해못하는 표정이실까가 불만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 부모님들의 관심은 자식의 공부에 대한 것 말고는 없었던 시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그런 면이야 남아있지만 지금은 학교 공부에만 메달리는 것하고는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 데, 그 때야 학교 공부 잘하고, 못하고가 인생의 99.9999%를 결정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자식이 공부 이외의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것은 부모의 입장에서야 당연한 일이었겠지요. 하지만 난 그런 것까지 이해하는, 바른생활 교과서에 나올 만한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가능한한 열심히 보고, 듣고 했습니다. 그것도 숨어서가 아니라 들어내놓고... 그게 저의 사춘기 반항 방법이었습니다. 절대로 가출같은 것 안한다, 반대의견이 있다면 꼭 얘기한다 등등 사춘기 때 원칙이 몇가지 있었더랬습니다. 


여하튼 그런 시절이었는 데, 그런 아버지께서 하루는 레코드 한 장을 들고 오신 것입니다. 이게 뭐냐고 물으시는 어머니께 멋적은 웃음을 흘리면서 말씀하셨습니다. 퇴근 길에 레코드 가게 앞을 지나는 데, 음악이 흐르는 데 거기에 그냥 빠져서 주인에게 물어보고 한 장 사버렸다고 말입니다. 참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사건이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어니언스의 앨범이었고, 문제의 곡은 '작은 새' 였던 겁니다. 그래서 우리집에 한 달 정도는 늘 어니언스의 레코드가 걸려있었습니다. 특히 일요일 아침에는 말입니다. 늘상 앞부분만 해 보시곤 했는 데, 끝까지 부르시는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 외지는 못하셨던 거지요. 그래서 "조용한 밤하늘에, 작은 구름 하나가... "까지 였습니다. 물론 전 그 때 가사 다 외우고 따라 부르곤 했습니다. 그 레코드는 지금 없어져 버렸지만, 그 레코드 앞뒤면에 실려있던 노래 전부를 그 때 난 달달 외워 버렸지요. 

어쩌면 그게 제 70년대 노래사랑의 시작이었는 지도 모릅니다. 처음으로 레코드 한 장에 있는 노래를 다 알게된 사건이었으니까요. 그게 물론 다 좋다고 생각했으니까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니 그 당시의 그런 류의 노래사랑은 당연한 결론이었습니다. 

이제서야 알게된 일이지만, 아버지께서는 어린 시절 합창반도 하셨었다고 회상하셨습니다. 지금도 1년에 한 두 번은 손자들 안고 노래방에 가실 기회가 있는 데, 그럴 때면 '작은 새'를 신청하시곤 합니다. 물론 박자가 쉽지 않지만, 내가 옆에서 도와드릴 수 있으니 문제는 없습니다. 오히려 더 좋습니다. 어니언스도 두 사람이었으니까요.


  


그 이후에 또 한번 끌리는 곡에 대한 물음을 하신 적이 있는 데, 그건 Simon & Gafunkel의 'Scarborough Fair'였습니다. 그 얘긴 다음 기회에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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