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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브로우의 추억(Scarborough Fair) - 아버지의 노래 2' 장윤석 2000/9/28(목)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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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브로우의 추억(Scarborough Fair) - 아버지의 노래 2

장윤석

2000/9/28(목) 15:58


  전에 '아버지의 노래'란 제목으로 어줍잖은 글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늘 엄하게만 느껴졌던 '아버지'라는 단어와 내가 어릴 적부터 친근하게 느꼈던 '노래'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추억도 다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쓰긴 썼는 데 그것은 한가지 더 있으니까 나중에 2편을 쓰겠습니다라고 얘기했었기에 그 나머지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딱 80년부터 대학을 다니기 시작했기에 흔히들 '낀 세대'라고 합니다. 밀레니엄이 2000년부터냐, 2001년부터냐 하는 것과 똑같은 얘기겠지요. 어쨋든 전 70년대 초에 대학을 다닌 사촌형과 십수년을 같은 방을 썼기에 70년대 초의 우리나라 포크송도 제 또래에 비해서는 리얼 타임으로 많이 들어본 편입니다. 물론 다 좋아하지는 않았더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거 마음에 든다라는 곡이 있었는 데 그 곡이 우리말로 '스카브로우의 추억'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뚜아에 모아'라는 가수명도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그 노래를 부른다는 가수들을 LP에서 보니까, 잘 생긴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못생긴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분위기 있는 얼굴이란 표현을 알 때도 아니고...  어쨋든 박인희씨를 보고는 지도 남자라고 "긴머리하고 기타가 참 잘 어울리는 누나구나."하는 생각에 이쁘지 않아도 좋을 수 있다는 게 참 묘하구나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추억속의 스카브로우여

     나 언제나 찾아가리

     내사랑이 살고 있는

     아름다운 나의 고향

     ......



이런 가사였습니다. 이건 기필코 바람새님 홈에 있는 노래를 듣고 아는 척 하는 게 아니고, 그만큼 기억하는 노래라는 점을 믿어 주십시오. 지금 생각하면 이 가사도 묘하게 번안이 잘되어 있다는 생각이 드는 데, 어릴 때도 참 가슴에 와 닿는 멜로디였습니다. 그 땐 외국곡이고, 전통민요가 어떻고 뭐 그런건 잘 모르고 '그냥 좋은 노래'였던 겁니다. 그래서 뭔지도 모르고 - 사실 스카브로우가 뭔지는 좀 궁금했습니다 - 마구 따라 불렀습니다. 물론 부끄럼이 많아서 남들 앞에서는 안불렀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노래가 잊어질 만 할 때 다시 한번 저를 찾아온 것은 바로 아버지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아마 중학교쯤 다니고 있을 때인 것 같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제게 물어보시는 겁니다. 저 노래의 제목이 뭐냐고 말입니다. 우리집 고물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였지요. 그게 레코드였는 지 라디오였는 지는 기억이 안납니다. 그것은 Simon & Gafunkel의 'Scarborough Fair'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주 자신있게 대답을 했습니다. 발음도 굴려가면서... 그 멜로디가 참 좋다고 하셨습니다. 아마 그 때 처음으로 나하고 아버지도 비슷한 점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을 겁니다. 우리 아버지께서는 잊어버리는 습관이 계서서 인지, 계속 확인하고 싶어서 인지 그후로도 'Scarborough Fair'만 나오면 저 곡이 뭐냐고 꼭 물어 오셨습니다. 물론 전 항상 전에 대답한 적이 없다는 듯이 자신있게 대답했습니다. 제가 아버지보다 잘 아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 드리고 싶었나 봅니다.


  대학에 입학한 그 해였습니다. 저는 '어버이 날'에 아버지께 선물했습니다. Simon & Gafunkel의 라이센스 음반을 말입니다. "아버지께서 늘 물어보는 곡이 여기에 있습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말입니다. 그리고는 그 며칠동안 늘 'Scarborough Fair'는 우리집안에 울려퍼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건 나의 LP장에 꽂힐 것은 분명한 일이었지만. 


  그리고는 바로 얼마지나지 않아서 New York의 Central Park에서 그들의 재결합 공연이 있지 않았겠습니까. 그걸 보고 막 기타가 치고 싶어졌고, 대학 때 기타를 한번 쳐보겠다고 독습하면서 바로 그 'Scarborough Fair'를 첫곡으로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바로 아버지가 아시는 곡을 제가 연주한다면 공부안하고 딴 짓 한다는 생각 덜 하실 것 같아서요. 그리고는 성공했습니다. 대학 때 집에서 제가 기타를 들고 있을 때, 아버지 오시는 소리만 들리면 바로 'Scarborough Fair'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역시 적중했습니다. 제 여동생은 대학 때 클래식 기타 동아리에 입회했는 데 그것을 아신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은 "오빠한 테 배우면 되겠네."라고 말씀하셨으니까요. 물론 오해하시지 마십시오. 저는 연주를 잘 못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Scarborough Fair' 한 곡 만큼은 안 까먹고 연주할 수 있는 유일한 곡일겁니다.


<추신> 

  지금까지의 이야기도 지겨우셨겠지만, 간단히 한가지 더 말씀드릴께요. 이 노래와 저의 끈질긴 연을요. 대학 때 Bob Dylan을 막 뒤져가며 좋아하기 시작할 때 그 문제의 Bob Dylan의 두 번재 앨범을 어떻게 구해서(아마 소위말하는 빽판이지요) 'The Freewheelin' Bob Dylan'을 A면부터 걸어 놓았는 데, 잘 알려진 "Blowin' in the wind"가 지나고, 그 다음곡이 흐르는 데 그것 역시 딱 마음에 드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앨범을 다 들었을 때, 이미 잘 알려진 노래들 말고는 그 곡이 제일 맘에 들어서 보니 그 곡의 제목은 "Girl from the north country"였습니다. 역시 뭣도 모르고 열심히도 들었었지요. 

  알고 보니 그야말로 다름아닌 영국의 민요이기도 한 "Scarborough Fair"가 그 곡의 원전이었습니다. 참 끈질기게 저와 연이 이어지는 Folk Song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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