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아름다운꽃
2001/6/19(화) 09:15
제가 대여섯살때....
제 갈래머리는 아버지가 땋아주셨더랬습니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아버지는 저를 업어서 징검다리 놓여진
개울건너 초등학교까지 데려다 주기도 하셨습니다.
아들이 귀한 집에 맏딸로 태어났는데...
제가 이 세상에 첫울음을 터트리던 날....
아버지는 자전거를 타고 장에 가셔서 아기용품도 사 오셨대요.
할머님은 그깟 딸 낳았는데 아비는 왜 저려느냐고 못 마땅해 하셨다는군요.
초등학교 2학년때 아버지는 외국에 가셔서 3년 후에야 오셨습니다.
어린 시절을 아버지와 함께 있지를 못해서 아버지와는 별로 친해지지를 못했는데요...
아버지가 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알게 된 것은 한창 책읽기를 좋아해서
밥먹는 것 조차 잊어 버리고 책을 읽어대던 중학교때였습니다.
무언가를 찾기 위해 다락방에 올라갔던 모양인데.....
거기에 빛바랜 흔히 볼 수 없던 낯선 노트가 있었습니다.
얇았지만 열권도 더 되었어요.
무심코 호기심에서 읽게 된 그 노트는 아버지의 일기였습니다.
어린 시절을 회상해서도 써 놓으셨었는데 식구들이 하루종일 저를 찾았지만
그것도 모른 채 다락방에서 코가 맹맹할 정도로 울면서 그 일기를 읽었습니다.
그 노트에 아버지가 그린 그림....엄마를 만났을 때의 아버지의 마음....
아버지가 얼마나 첫애기였던 저를 얼마나 사랑하시는가에 대해서도
써 놓으셨죠.
그당시 읽던 어떤 소설도 아버지의 일기만은 못했던 것 같아요.
아버지는 그 일기를 잊으셨는지 한번도 그 일기를 챙기지 않으셨었는데
늘 제가 보관하고 다니다가 시집오면서 친정에 두고 왔습니다.
아마 요즘은 잘 안 쓰지만 늘 일기를 쓰던 버릇도 아버지의 일기 영향이 아니었는지........
전....일기 노래를 들으면 그 일기가 생각납니다.
다락방에서 눈물 흘리며 읽었던 감동적인 아버지의 일기가................
~ 물소리 까만밤 반딧불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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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완 2001/06/19[10:23]
코 끝이 찡해옵니다. 저는 도대체 얼마나 부족한 아버지인지.. 남자가 자기 자식에 대한 정을 내놓고 얘기하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일기로..
정영희 2001/06/19[10:31]
~ 그날이 생각나 눈을 감아 버렸다...서른 넘어 남편을 만난 날부터 쓴 일
기는 우리 아이가 크면 물려줄거에요.
아름다운꽃 2001/06/19[11:22]
저도 그랬어요.
아이들이 성장한 뒤론 생각나는 특별한 날 일기처럼 쓰지만....
j의 이름을 기억하려던 그 떨리던 모습부터.....
j가 전해 준 목련을 스케치한 그림하며....
아빠, 엄마의 역사가 담겨 있는 지금은 빛바랜 일기.....
두 아이가 즐겨보는 이야기책이죠. 특히 째야가(딸).........
아버지는 가슴속에 숨겨두고 사랑해 주셨지만....
저흰 기억도 못하는 아이들의 아기들 모습까지도
커서 볼 수 있도록
아기때의 발바닥,손바닥...삐뚤거리며 그린 그림....
처음 글씨를 배워서 쓰게 된 글씨까지도.....일기처럼 모아두었습니다.
아버지의 영향일겁니다.
강남주 2001/06/19[11:36]
정말 좋은 아버지,부럽습니다.
강병주 2001/06/19[13:05]
정말 좋으신 아버님 두셨습니다. 정말 부럽군요. 아버지가 된 저 자신을 둘러보게 해줍니다.
윤명옥 2001/06/19[13:39]
제이는 남편 맞죠 이선희 제이에게 생각남 일기를 쓴다니 좋은 습관인데 남편 2년 입원때도
간간히 상태도 적엇는데 잘 안써요 다른건 열심히 메모 하면서...저도 잘 안버리고 모아요
딸애 애기때 고무신 유치원 그림 글 받아쓰기한거 등... 친정엄마는 잘 버려서 제가 뭐라고
해요 아부지가 청년때 직접만든 책상을 버린게 아까워서.. 다른것도 그렇고요 딸애는 덜렁이
편지도 여기저기 뒹굴어서 제가 모아 두죠 친구 편지가 무척 많아요
기정수 2001/06/19[19:12]
훌륭한 아버님이 계시군요. 저도 제 딸애에게 그런 아버지가 되고 싶읍니
다.
J 2004/05/13[18:46]
아름다운꽃님, 일기에 관한, 그것도 둘다섯의 일기에 관한 글을 찾는 중에 님의 글이 찾겼습니다. 님의 이야기가 너무 감동적이
J 2004/05/13[18:51]
어서 제가 쓰는 글에 좀 인용을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