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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새(음악한곡의추억)

'가슴을 저밀게 했던' 울프 2000/10/14(토)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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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저밀게 했던 

울프

2000/10/14(토) 19:56



70년대의 어느 봄날이라 기억합니다.  저는 주간 다방 야간 싸롱이라 이름되어 있는 어스름한 곳에서 휴가를 마치고 귀대 버스를 기다리는 초라한 해병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제 마음은 천길 만길 낭떨어지로 떨어지는 착시현상에 마치 눈큰 금붕어 처럼 그냥 두눈만을 을 껌벅이던 그런 때였지요.  왜냐하면 군생활은 너무 힘들었고 (졸병이며, 그때의 해병은 왜 그렇게 잔인했는지 모르겠어요) 고참들의 불호령 소리는 밤잠을 자다가도 몽유병 환자처럼 나도 몰래 벌떡 일어나 방문을 박차고 나갈 만큼 참으로 인고의 세월이었으니까요.  정말로 탈영을 꿈꾸고 싶을 만큼 육체와 정신을 압박했던 진저리 쳐지는 그런 세월이었습니다.  그 시절, 그 다방이란 곳에서, 음악 디제이가 제게 들려 준 노래가 신중현의 (아마 노래는 박인수) 봄비는 나를 혼절시키고도 남았던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원래 의식적으로 눈물을 절대 보이지 않고 살아 왔는데, 그방이 주는 어둑 컴컴한 자연 조건과 나의 쓸쓸한 마음이 서로 조화되어 왈칵 콧물을 토해놓던 그런 기억도 새롭습니다.


제 인생에서 첫단추가 잘못 채워졌던 그 시절, 그래서 동기 놈들이 고등학교 다닐 때 그 각고의 경험으로 머리 속에 사리 (?)를 한움큼씩 생성케 했던 아련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런 마지날 맨(marginal man) 같은 몸짓으로 살았으니 그곳에서 들려오는 노래 소리는 한(?)으로 융해되어 더욱 내 가슴을 더욱 쥐어 뜯었나 봅니다.  이제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 지금에서야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이"의 모습으로 빙그런 미소와 함께 머언 내 뒤안길을 돌아 봅니다.  그때 그곳에 우리들의 음악이 있었고 그 음악이 있었기에 그 기억들은 우리들의 뇌에 포맷되어 있는 각 쉑터에 잘 보관되고 있는듯 합니다.  이들이 우리들이요, 우리들의 음악이었던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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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숙 2000/10/15[19:58]  

 카드천사에  멋진그림.사진 올리신분맞나요 


류근옥 2000/10/16[14:44]  

 님이 글을  마음 그대로 전해 지는군요..신중현님의 봄비 와 박인수님의 노래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곳으로 충격적으로 들렸었지요.. 박인수..감옥생활을 오랬동안 마치고 나와서 이노래를 부르던 날이 생각납니다.무척 안타까운 아가운 가수입니다.. 


울프 2000/10/16[18:10]  

 김성숙님께는 개인적으로 답을 드렸죠?  류근옥님은 아마 신중현과 박인수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저 보다도 훨씬 더 크고 깊은 것 같습니다.  가끔 좋은 글 남겨 주십시요.  경청하겠습니다. 


해오라기 2000/10/17[15:46]  

 울프님 글읽고 답글 쓰는중에도 넘 행복합니다. 봄비가 나리네~~라 

구 ...엘피의 잡음 마져도 가을 비속으로 흩어지는 절규의 목소리가 넘 가

슴을에이는듯합니다... 창밖 을보니 창원하늘은 회색빛에 금방 비가내릴

듯......... 


김혜진 2000/10/17[18:34]  

 음악이란... 참 좋은 거란 생각이 듭니다... 평안! 


florence 2000/10/18[18:41]  

  토해내는 듯한 열정이 , 애절함이 녹아나는 곡이군요.. 


추억 2000/10/19[01:53]  

 울프님 정말 가슴이 아프도록 공감합니다. 


이선아 2000/10/19[21:15]  

 여고 갓졸업하고 영등포의 어느 다방에서 더벅머리 디제이가 들려주던 이 노래...그런 추억이 다시 생각나서 혼자 행복해 합니다 


황순순 2000/10/30[07:41]  

 정말 잘보았습니다.이른아침에 좋은음악과 아련한 추억을 들러주신 울프님 행복하십시요. 


김기태 2000/10/31[10:56]  

 군대시절의 경험 저도 공감합니다. 지금은 아련한 추억이 되었지만그시절에는 왜그렇게도 지겨웠는지 남자들이라면 다공감할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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